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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교양도서

[향가]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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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慕 竹旨郞 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죽지랑을 그리는 노래로 양주동이 붙인 제목이다. 신라 효소왕 때 득오(得烏)가 지은 8구체 향가이다. 삼국을 통일한 후 화랑도가 세력을 잃어가는 과정을 암시적으로 드러내보여 주는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노래이다.

설화

죽지랑의 무리에 득오곡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매일 죽지랑을 모시다가 갑자기 열흘 가까이 나오지 않으므로 죽지랑이 그의 어미를 불러 연유를 물었다. 이에 그의 어미가 모량리(牟梁里)의 익선 아간(益宣阿干)이 부산성의 창고지기로 급히 임명하여, 미처 인사도 못 여쭙고 떠나게 되었음을 고하였다.

죽지랑이 낭도 137인을 거느리고 떡과 술을 가지고 득오곡을 위로하러 가서는 밭에서 일하고 있는 득오곡을 불러 떡과 술을 먹이고 익선에게 휴가를 주어 함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청하였으나 익선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때 사리(使吏) 간진(侃珍)이 세금으로 곡식 30석을 거두어 성중으로 돌아가다가 낭의 선비를 아끼는 인품을 아름답게 보고, 익선의 융통성 없음을 못마땅하게 여겨 곡식 30석을 주면서 낭의 청을 허락해줄 것을 청하였지만, 그래도 듣지 않으므로 다시 말과 안장까지 주자 그때서야 득오곡을 놓아 주었다.

이러한 후의를 입은 득오곡이 죽지랑을 사모해서 이 노래를 지었다는 것이다. '삼국유사'는 이러한 산문 기록의 아래 '모죽지랑가'의 가사를 수록하고 있다.

원문


去隱春皆林米

毛冬居叱沙哭屋尸以憂音
阿冬音乃叱好支賜烏隱
貌史年數就音墮支行齊
目煙廻於尸七史伊衣
逢烏支惡知作乎下是
郞也 慕理尸心未 行乎尸道尸
蓬次叱巷中宿尸夜音有叱下是
 

양주동 해독과 (풀이)


간봄 그리매/모든 것ᅀᅡ 우리 시름/아ᄅᆞᆷ 나토샤온 즈ᅀᅵ/살쯈디니져/눈 돌칠 ᄉᆞ이예/맞보ᄋᆞᆸ디지ᅀᅩ리/郎이야 그릴 ᄆᆞᅀᆞᄆᆡ녀올 길/다봊ᄆᆞᅀᆞᆯᄒᆡ 잘 밤 이시리

(간 봄 그리매/모든것사 설이 시름하는데/아름다움 나타내신 얼굴이/주름살을 지니려 하옵내다/눈 돌이킬 사이에나마/만나뵙도록(기회를)지으리이다. /郎이여, 그릴 마음의 녀올 길이/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이 있으리이까.)

 

현대어 풀이

간 봄 그리워함에
모든 것이 서러워 시름하는데
아름다움을 나타내신 얼굴이
주름살을 지으려 하옵내다.
눈 돌이킬 사이에나마
만나뵙도록 하리이다.
낭이여 그리운 마음의 가는 길이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이 있으리이까.
(최철 풀이)

 

죽지랑을 그리는 득오공(달리 그림)

해석

지나간 봄을 그리며 시름에 젖고, 또 죽지랑의 아름답던 모습이 노쇠함을 바라보는 득오곡의 죽지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작품의 주된 정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때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그 후 여러 대에 걸쳐 대신으로서 존경과 찬미를 한 몸에 받았던 노화랑(老花郎)의 쇠잔한 모습을 안쓰러워하는 득오곡의 심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변하지 않는 존경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작품의 제작시기에 대해서는 죽지랑의 생존 시에 지어진 작품이라는 설과, 그의 사후에 그를 추모하여 지은 노래라는 설이 학계에 제기되어 있다. 전자에 따를 때, 이 노래는 득오가 앞서 익선에게 끌려가서이거나 또는 그 일이 있은 뒤 죽지랑을 사모하여 지은 노래가 된다. 후자의 경우 죽지랑이 죽은 뒤 그의 덕을 사모하여 추모 찬송한 추모가의 성격을 지닌다.
 
이 작품은 지난날 위대하였던 노화랑 죽지랑이 일개 아간 벼슬의 익선에게 수모를 당할 정도로 그 위엄과 위의를 상실해 간 화랑도의 세력을 잃은 모습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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