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인생/여행

점심 탐구, 마른 모밀

728x90
반응형

모밀 사랑

나의 모밀 사랑은 세월이 꽤 된다. 70년대 군 생활을 강원도 원통에서 할 때, '막국수' 사랑에서 시작됐으니 연조가 깊다. 물론 입대 전에도 모밀집에서 모밀국수를 먹긴 했지만 '사랑'을 붙일 정도는 아니다. 군 시절 외출이나 출장을 나오면 들리는 곳이 막국수집이었다. 조그만 가게였기에 짜장도 같이 취급하는 음식점으로 모밀 전문점은 아니었다. 당시 막국수 기억이 깊게 박혀 있는 것은 맛보다 당시 상황 탓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 마른모밀은 중도 앞에서 즐겼다. 도서관에서 행하던 백업 작업이 어중간해서 컴퓨터를 중간에 끊어두고 도서관 앞 모밀집에서 먹었다. 모밀집을 들어서면서 마른모밀을 시켰다. 그런데 직원이 식탁 위 작은 키오스크에 내 주문을 입력하고 있다. 각 식탁 별로 키오스크가 준비되어 있었던 게다.

좌석마다 준비된 주문 키오스크

동명동에서 즐긴 마른모밀

본래는 '메밀'이 표준어다. '모밀'은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다. 통상 음식점에서는 '모밀국수' 등으로 사용된다. '마른모밀'은 국수발을 육수에 담아내지 않고 따로 소스를 풀어 먹거나 적셔 먹는 것으로 일본 '소바'에서 유래한 것이다. 국수 면발 식감을 느끼기에는 마른모밀이 제격이다.

마른모밀 보통

모밀국수는 메밀이 주원료다. 그러나 순수 메밀은 글루텐 성분이 부족해 쫄깃한 면을 만들기 어렵다. 해서 대부분의 모밀국수는 밀가루나 전분을 섞어 만든다. 밀가루와 메밀의 구성비에 따라 맛이 다른데, 원가 면에서도 메밀로만 국수를 뽑기에는 생산비가 많이 든다.

구황작물로서 메밀

본래 메밀은 구황작물이었다. 수리 시설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가뭄에 모내기 철을 놓친 논에 생육 기간이 짧은 메밀을 심어 논을 공치지 않을 수 있었다. 오늘날 별미로 먹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윗 지방은 무상기간이 짧아 메밀 재배가 남쪽보다 많았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그런 배경에서 강원도를 배경으로 나왔다. 달빛에 하얗게 부서지는 메밀밭은 보기와는 달리 서러운 우리 민중들 한이 배어있다.

오늘 점심은 그런저런 생각에 잠기면서 약간의 메밀향을 느끼면서 들었다. 시실 모밀국수를 먹으면서 맛을 따지기에는 문제가 있다. 메밀 순도가 높다고 맛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식감도 마찬가지다.

추억의 원통 군 시절을 상기시킨 것만으로도 나로서는 충분했다. 겨자를 국수발에 듬뿍 발라 독특한 맛을 내서 한 끼를 때웠다.

반응형

'즐거운 인생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주 합하, 羅闔이냐? 羅蛤이냐?  (1) 2022.09.13
바뀐 양동시장  (0) 2022.08.26
음식 탐구, 추로스  (0) 2022.08.18
노노 음식탐구, 돼지주물럭  (2) 2022.08.16
적어라, 그래야 남는다. 적자생존  (0) 202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