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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여행

1999년 1월 2일은 음력으로 11월 15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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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날 우리는 경주 남산에 있었습니다. 총기 좋은 답사의 달인 친구 오삼샘은 경주 남산 용장사곡 삼층석탑을 찾는 길을 잘못 접어들었습니다. 그해 겨울 답사는 새해를 맞아 동해 해돋이 겸해 출발한 답사였습니다. 1월 1일은 바로 동해에서 해돋이를 보고 감은사터를 먼저 돌고 다음날 경주 남산을 갔던 것입니다.

새삼스럽게 왜 '그날'을 끄집어내냐고요? 다름 아니라 오늘 그 친구를 만나 그날의 '황홀한 인상'을 반추하게 된 것입니다. 23년이 지난 '오늘' 그 친구는 걸음조차 어려울 정도로 힘들게 건강이 깨졌거든요. 점심을 일곡 서태후 '삼선짜장'을 들면서 그 추억을 끄집어냈습니다. 그날 겨울 해는 빨리 떨어졌습니다. 어둔 용장사곡을 내려오는 일행들의 발길은 어려웠습니다. 저녁이 갸웃하니 지나니 계곡 바위에 달빛이 쪼개지면서 달이 오른 것입니다. 용장사곡은 달빛에 흐드러지게 빛나면서 밤길을 밝혔습니다. 그날은 어린애까지 함께한 가족 답사여서 어려움이 컸는데 눈부신 달님 덕분에 무사귀환했거든요. 아니, '황홀한 야경'을 경험했거든요.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된 것입니다. '그날'을 우리는 상기한 것입니다.

양력을 음력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아본 1999년 1월 1일

오늘

사실은 그해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친구도. 그래서 문명의 이기(?)인 폰으로 알아본 결과, 그해가 1999년이란 것을 찾은 것입니다. 빛나던 우리들의 답사를 들추기 위해. 그리고 친구의 건강을 위해.

친구는 문화유산 답사에 온 생애를 바쳤거든요.

친구와 저는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텄습니다. '광주에서 떠나는 문화유산답사'란 이름으로. 지금도 친구는 문화유산답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봄이 되면 다시 가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화순에서 요양 중인 써니샘이랑 같이. 친구는 모처럼 보름달처럼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광주부터...'라고 힘을 줍니다. 그렇습니다. 광주부터 다시 답사를 시작하시게요.

우리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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