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와 드라마

딜레마를 다룬 드라마, 트롤리

728x90
반응형

윤리학에서 '트롤리 딜레마'

'기차선로 위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 다섯 명을 향해 브레이크 고장으로 멈출 수 없는 트롤리 전차가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이 트롤리의 진행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선로변환기 옆에 서 있다.
 
트롤리가 지금 이대로 직진한다면 인부 다섯 명은 죽는다. 하지만 당신이 트롤리의 진행방향을 옆 선로로 바꾼다면 이 다섯 명은 살지만, 옆 선로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 한 명이 죽게 된다. 당신은 트롤리의 진행방향을 바꿀 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하고 묻는 불가해 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에서 어떤 가치를 택할 것인가를 묻는 답이 없는 답답한 질문이다.

드라마의 선택은?

기차가 그대로 직진해 달린다면 파괴되는 것은
'자기가 꿈꾸던 세상'이다. 그런데 이때, 옆 선로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자신이 목숨처럼 지키는 가치라면?

하고 드라마 진행 측에서는 문제 해결의 단서라면서 내놓는 답답한 힌트다.

드라마에서 중도와 혜주

드라마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국회의원 남중도(박희순 분)의 아내 책 수선을 업으로 사는 김혜주(김현주 분)의 선택에 초점을 모았다. 꼼꼼하며 소박한 혜주는 고향 영산서 성추행 관련 소위 '미투' 2차 가해를 입은 피해 여성으로 이름마저 바꾸고 서울로 이사해서 조용히 산다. 워낙 성실한 남자라서 결혼한 중도는 그 성실성을 크게 평가받아 지역민들 선택으로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다른 의원보다 평범하게 살면서 더 열심히 뛰는 남의원은 성범죄가 가해자 죽음에 의한 '공소권 없음'으로 마감되지 않게 하는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한다.

그런 그가 같이 사는 한여진(서정연 분)을 성폭행한 과거가 있었다. 여진은 중도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서 살았던 누나 같은 존재. 혜주가 임신과 육아로 힘들어하면서 혜주네에 들어와 사는 혜주와는 언니 동생 사이. 그런 그녀가 중도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트라우마가 생겼다. 중도는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법안을 만드려는데,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들 죽음까지 법안 통과 제물로 삼는 중도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들어섰다.

선거를 반년 남긴 상황에서.

혜주의 선택은

중도는 법안 통과를 위해 대중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아내 혜주의 방송 회견까지 잡았다. 봉사를 열심히 했던 순박한 청년이 아닌 3선을 노리는 국회의원 중도는 지역구의 유리한 선택을 노리면서 노회한 정치술을 발한다.

혜주는 남편 중도를 믿고 따랐지만 언니 성폭행 사실을 안 뒤로 믿음이 흔들린다.

혜주는 선택한다. 남편 법안 통과나 3선 성공이 아닌 자신과 남편에 얽힌 진실을.

정리

드라마가 표방한 '트롤리 딜레마'는 주제만큼 선명하게 호소력을 갖지 못했다. 내 둔감함도 한몫했겠지만 조금 산만한 진행도 그런 판단에 보태기가 됐지 싶다.

애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답답함만 보탠 드라마였다는 생각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