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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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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한 손에 가시를 들고 한 손에 가시를 들고한 손에 가시를 들었다. 다른 손에 막대를 들었다. 가시로는 흘러가는 시간을 막고, 막대기로는 나를 물들이려는 백발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손쓸 틈도 없다. 언제 왔는지 백발이 와서 머리를 물들였다. 아마 사람들은 모르는 지름길이 있나 보다. 고려 충선왕 시기의 우탁의 시조다. 흐르는 세월을 멋진 환유로 읊었다. 칠십 넘게 살아보니 알겠다. 작년 모습과 올 모습이 많이 다르다. '세월 이길 장사 없다'는 옛말이 실감 난다.한 손에 가시 들고 다른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禹倬)우탁(禹倬, 1262년 ~ 1342년)은 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단양이며 자는 천장(天章)·탁보(卓甫), 호는 백운(白雲)·..
[문학] 월산대군의 강호가도(江湖歌道) 시조, '추강에 밤이 드니' 월산대군 월산대군(1454~1488)은 세조의 손자로 세조 사랑을 받고 자라났으나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월산대군 동생이 왕위에 올라 조선 9대 왕 성종이 됨), 풍월로 세월을 보냅니다. 풍월을 읊으며 강호에서 노니는 것은 다른 뜻이 없다는 뜻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낚시를 드리워 고기를 잡는다고 하지만 어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가어옹(假漁翁)이 된 것입니다. 월산대군의 시조, 추강에 밤이 드니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가을에 밤이 이슥하도록 왕족 월산대군이 낚시를 한다는 것은 상상이 어렵습니다. 자신의 심정을 시에 실어 보내는 것이겠죠. 월산대군은 세조의 맏아들인 의경세자의 큰 아들로 왕이 된 성종의 두..
[문학]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 가난하면?가난은 어떤 냄새일까? 영화 '기생충'에서 가난은 반지하 냄새가 났다. 기생충 영화가 워낙 특별해서, 가난이란 주제가 눈에 띄면, 옷 여기저기를 코로 스캔하는 배우 송강호가 먼저 떠오른다. 소설가 박완서의 가난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에서 가난은 어떤 냄새가 나지? 읽으면서, 냄새를 찾기 시작했다. 연탄 냄새일까? 아니면 공동 취사를 하는 설음질 냄새일까? 아니다! 박완서는 냄새 타령은 아니었다. 가난에 굴복해 버린 허영기 많은 엄마도 냄새를 피운 것은 아니다. 나를 놔두고 모두를 끌고 저 세상으로 떠난 엄마는 가난을 죽음보다 더 싫어했다. 결국 죽음으로 끝낸 엄마와 다르게, 나는 엄청난 절약으로 가난을 동반(?)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 직공이라 믿기 어려운 한 놈을 만난다. 멕기 공장을 다..
정지용의 '백록담' 2 할 일이 아니다만, 정지용이 쓴 시 '백록담'을 인공지능 '달리'에게 그림으로 부탁했다. 물론 각 연별로 이미지를 요청하고 몇 차례의 프롬프트 조정을 통해 얻은 이미지다. 백록담1 절정(絶頂)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消耗)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版) 박힌다. 바람이 차기도 함경도(咸鏡道)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八月)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爛漫)하다. 산(山)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丸藥)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문학] 정지용의 시 '백록담' 백록담: 정지용1 절정(絶頂)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消耗)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우에서 목아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版) 박힌다. 바람이 차기도 함경도(咸鏡道)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八月)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爛漫)하다. 산(山)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丸藥)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觸髏)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鬼神)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모롱이, 도체비꽃이 ..
노년 구보씨의 반나절 그 이후 이이남 스튜디오광주 새 명소로 뜬 이곳은 '디지털 아트'로 이름을 알린 곳입니다. 과거 창고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스튜디오로 사용하는데 볼 때마다 그 참신함이 놀랍습니다. 구보는 요즘 뜬다는 인공지능으로 '이이남'을 묻습니다. 'OpenAI'에서 만족스러운 답을 찾지 못하자, '구글 Bard'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팩트체크까지 하는 꼼꼼함을 보이네요. 이이남은 1969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미디어아티스트입니다. 조선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영상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조선대학교 대학원에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이남은 자연의 현상과 삶의 느낌을 진솔하게 드러낸 명화들을 차용하여, 생동감과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화려한 디지털 이미지 속에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킵니다...
노년 구보씨의 반나절 연휴 3일 째 아침부터 비가 뿌린다. 노년 구보는 많은 비는 아니라 판단하고 간단하게 도시락을 준비해서 방수가 되는 '오르트립' 자전거용 가방을 꾸렸다. 도시락이라야 우유 한 병에 냉장고에 있는 남은 백반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것이 전부다. 아니, 하나 더 있다. 며칠 전 수업 때 쓰려고 준비한 손가락 크기의 '홍삼양갱' 젤리 3개와 맛이 깔끔한 봉지 커피 두 개. 비가 올 걸 대비해서 접이식 우산을 꺼내 계단을 내려간다. 19층에서 내려가는 계단은 요령이 필요하다. 노년 구보는 내리닫는 다리와 버티는 다리 힘 조절에 신경을 쓴다. 노년 무릎은 쉽게 망가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서 비 오는 상태부터 점검했다. 가랑비 수준이다. 이 정도면 자전거 타는 데 지장이 없다. 곧장 자전거..
남편, 아들에 이어 두 딸이 죽는다면, 소설 '소금' 소설 '소금'저는 눈물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돈을 걸고 하는 화투놀이는 삼갑니다. 내 쩐이 줄어들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동자가 붉어지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음악감상반 선배가 별세했는데도 눈물이 안 났습니다. 5.18 열사의 43주기를 보면서도 눈은 맹숭맹숭했습니다. 그동안 너무 흘렸나 치부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90년 전에 발표된 소설 '소금'을 보면서 눈물을 흠뻑 쏟았습니다. 도서관이라 손으로 가려가면서 흘린 눈물이 종지기 하나는 될 것 같습니다.소설 '소금'강경애 소설 '소금'은 1930년대 식민치하에서 겪을 수밖에 없던 궁민(窮民)들 삶이 묘사됐습니다. 간도로 건너간 봉염 어머니는 남편을 잃습니다. 중국인 지주 팡둥을 만나러 갔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죽..
[소설] 강경애의 '소금', 복자(伏字) 복원 강경애 소설 '소금'조금 낯선 이름입니다. 소설가도 소설도. 그리고 '伏字'도. 1934년 발표된 강경애 '소금'은 1930년대 간도 이주민의 비참한 삶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 간도로 이주한 이주민 가족 봉염이네의 피폐한 삶과 봉염 어머니라는 여성 가장의 수난사를 통해 1930년대 간도 이주민의 실상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은 일제 검열에서 붓칠 '복자' 수난을 받습니다. 먹칠을 해서 독자들이 알아볼 수 없게 한 것입니다.伏字 복원복자된 부분은 남과 북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복원을 합니다. 북에서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문맥 복원을 했고, 남은 '국립수사연구소'의 도움으로 과학적인 복원을 했습니다. 동국대 한만수 교수 복원 내용“밤 산마루에서 무심히 아니 얄밉게 들..
올바른 호칭과 지칭 올바른 호칭과 지칭 우리말은 호칭과 지칭이 아주 복잡합니다. 같은 사람에 대해서도 화자와 그 사람의 관계에 따라 어떻게 부르냐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가리켜 말할 때는 청자와의 관계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직장에서 올바른 호칭과 지칭 직장에서 올바른 호칭과 지칭을 사용하는 것은 직장 생활에서 중요한 예의입니다. 이는 상사, 동료, 고객을 존중하고, 직장에서 전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음은 직장에서 올바른 호칭과 지칭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몇 가지 팁입니다. 상사를 부를 때는 항상 성함 뒤에 '님'을 붙입니다. 예를 들어, "김 부장님"이라고 부릅니다. 동료와 대화할 때는 그들의 직함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과장님" 또는 "대리님"이라고 부릅니다. 고객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