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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딸의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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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느끼기 위해 남해 보리암을 찾았다. 금산 보리암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관음보살님이 있다. 형은 정성 들여 기도를 올렸다. 얼굴을 드러낸 목련이 봄바람에 가늘게 떤다.

기도빨이 먹혔나.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랫동안 소통이 끊겼던 딸이다. 딸의 문자는 전화번호가 변경됐다는 문자였다. 반가웠다.

딸이 보낸 문자

역시!  보리암 관세음보살님은 영험해...

형은 기분이 벌어짐을 느꼈다. 바다로 시선을 돌리면서 옛 생각에 잠겼다. 어린애 둘을 통근차에 태우고 출근하던 일이며 유치원 엄마날에 대신 참석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 얘가 이제는 오십을 바라본다.

형은 숙달된 솜씨로 톡에 연락처 등록을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름 '효선'을 쓰고. 번호는 보내온 새 전번을 숙달된 솜씨로 입력했다. 그간 학습했던 게 이럴 때 발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톡 연락처 추가

대학에서 보직을 맡아 바쁘다고도 했다. 톡으로 회포를 풀다 보니 얘 엄마 생각도 난다. 철없는 시절에 만나서 아들 딸 낳고 살다 너무 쉽게 헤어졌지만, 인연은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혈육이 있으니 완전 남은 아니다. 자주 아프다는데 걱정도 앞선다.

다시 관세음보살님을 보면서 뭇 중생들의 어려움을 두루두루 보살피는 보살님이라는 생각을 다시 갖는다. 딸은 톡에 보험금 신청하는데 주민증 사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폰 사진은 '내가 달인' 아니던가. 바로 촬영해서 보냈다. 딸은 계속 톡을 보냈다. 내쪽으로 무슨 숫자 기록을 요구하면 응하라고. 톡으로  문자만 주고받는 것은 좀 그렇다 싶어 '페이스톡'을 열었다. 딸은 보이지 않고 내 얼굴만 보고 씨부리다. 아차! 싶었다. 여자애들은 얼굴 내비치는 걸 꺼리지... 하고 '보이스톡'으로 바꿨다. 딸과 톡을 여러 형식으로 나누는 것을 주변에서는 부럽게 본다. 더욱 우쭐해서 전화기를 더 띄우고 소리를 올렸다. 그런데 딸 음성은 안 잡히고 잡음만 많다. 바닷가라 그러나? 싶어 방향을 바꿔도 본다.

아차!

보이스피싱?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 폰에 대해 내 딴에 좀 안다고 우쭐하는 사이 함정에 빠졌다.

급하게 톡을 닫았다.

애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다행히 번호가 그대로다. 통이 크긴 크다. 벌써 당했단다. 천만 원 정도. 찾았다고 했다. 수습 과정에서 비용으로 이백이 나갔다고 했다.

남해 금산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음산해진다. 폰을 덮고 머리를 식혔다. 그간 폰 지식을 익혔다는 설익은 자만심이 일을 키웠다. 금전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존심에 상처는 깊다. 명색이 영화감독인데. 이렇게 당하다니.

형은 그 길로 내게 연락을 했다. 공차에서 얼그레이 점보로 한잔 하면서 웃다가 분개하다 했다. 대화 끝무렵에 스팸성 전화와 문자 차단 어플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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