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충북 청주, 음성, 괴산을 찾다

정선생의 과제장

정선생은 다음 장소를 찍고 있었다. 3주 전 홍천에 비하면 수월한 코스다. 그래서인지 출발부터 늦었다. 8시 약속은 20분이나 지연되어 출발했다.

'많이 숙달 됐네'

'첨부터 착 달라붙었는데, 무슨?'

운전 솜씨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북광주를 벗어났다. 저녁잠이 충분했기에 운전도 가벼웠다. 정선생 과제는 정돈이 덜 된 느낌이다. 어디부터 가야 할지...

신탄진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인공지능에 부탁했다. 정선생이 기록한 다음 장소를 먼저 알린 뒤에 답사 순서를 정해달라 했다.

정선생 블로그 캡처

ChatGPT는 노련한 말솜씨로 다음과 같이 서두를 꺼내면서 1~4까지 번호를 붙여 열거를 한다.

위에서 주어진 위치들은 모두 충청북도 내에 있는 장소들입니다. 한국의 도로 조건, 혼잡도, 그리고 현재 위치인 신탄진휴게소로부터의 거리를 고려하면 아래와 같이 여행 경로를 계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챗봇의 추천 코스

표로 작성해 달라 의뢰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표로 작성해서 보여준다. 캡처해 보관하고 내비에 지시했다. 아래 순서대로.

챗봇의 표 작성

답사지

먼저 도착한 곳은 이정골.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이정골의 돌미륵이다. 경부선 고속국도에서 서청주로 진입해 내비 시키는 대로 따랐다. '인공지능'에 '내비', 머리 쓸 일이 없다. 자연 씨알대기 없는 농담 따먹기로 머리는 돌린다.

동정리 돌미륵

점심은 동정리 주변 닭백숙으로 때우고 출발했다. 같은 충북이라 가까운 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카카오맵에서 복기한 코스

이어지는 두 곳도 내비 덕에 차질 없이 진행됐다. 음성군 마송리 돌벅수는  세 기를 모두 확인했다. 정선생은 '오기를 잘했다'를 연발했다.

위세를 잃지 않은 마송리 돌벅수

미지막으로 찾은 곳은 괴산이다. 가는 길에 '페르귄트'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정선생을 보면 입센 작품 '페르귄트'가 생각났다. 젊은 날 부족함을 찾는 것이 어려웠던 정선생이었다. 미술 선생이 작곡까지도 했다. 무려 열 곡이나.

'겸손하기가 어려웠던 You!'라고 내가 평하자 본인도 수긍? '뭐~' 이런 식으로 노닥거리다 보니 괴산군 송덕리 양지마을에 도착했다.

송덕리 양지마을 동제장 당산

들 가운데 거대 나무로 우거진 당산이 당당하다. 오층석탑과 당산을 한꺼번에 사진에 담으려는 정선생은 오층석탑 철울타리를 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프로와 곁다리는 이런 경우에 차이가 난다.

송덕리 양지마을 동제장 오층석탑

강원도 홍천을 다녀오면서부터는 웬만한 거리는 가볍게 느껴진다. 사람은 이렇게 적응이 된다. 오늘 거리도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2023.06.24 구글 타임라인

정선생 과제장의 마지막 숙제(옥천 위양심리 화주대와 선돌)는 안 가기로 했다. 시간도 문제지만, 외떨어진 유적이고 '소개'도 중복된다는 점이... 이유였다.

후기

내려오는 길 '오창 휴게소'에서 작곡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젊은 날 10곡을 작곡한 경위를 들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 '아무것도 없네'를 사보를 시도했다. 내 노트북에는 'MuseScore'라는 사보 프로그램이 있다. 두 소절을 옮기다 나중으로 미뤘다.

아무래도 고속도 휴게소에서 작업하기는 힘들었다. 여기 쓸쓸한 느낌이 흐르는 정선생의 곡 일부를 옮겨본다.

정선생 작사 작곡 '아무것도 없네' 가사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