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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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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다시 찾은 장성 '요월정' 2023년 8월 19일 토요일 이번이 3번째다.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지 않아 2주를 기다렸다가 갔던 것이 지난 일요일.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로 늦춘 것도 하루 늦추면 배롱꽃이 더 낫겠지 하는 정선생 염원이 담겼었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배롱나무는 좋은 꽃을 못 올렸다. 결국 한 주 물리어 찾은 것이다. 정선생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더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늙은 배롱나무'의 생산력 한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도로 가로수로 심긴 '젊은 배롱'은 불타듯이 꽃이 오르는데 숲에 갇힌 늙은 배롱은 하늘과 맞닿은 위쪽만 성글게 꽃을 달고 있다. 그래도 노익장을 과시하듯 근육을 뽐낸다. 줄기 끝 몽글게 핀 꽃에 비하면 가지의 용틀임은 과연 '황룡'의 기색을 가졌다. 더디게 자라는 나무 특성상 이 정도 몸이면 몇..
[민요] 진주난봉가 난봉가본래 '난봉가'는 서도지역의 음악 양식 중 하나로, 토리의 한 종류를 표현하는 고유한 방식입니다. '토리'란 민요에서 지역에 따라 구별되는 음악양식입니다. '난봉가'는 본래 황해도 지방 민요 중에서 토리적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통속민요입니다. '진주난봉가'는 난봉가로는 별종입니다. 서도라는 지역과도 멀고, 내용도 비극적입니다. 삼 년 시집살이에 서방이 돌아왔는데 기생을 차고 왔습니다. 서방이 있는 사랑채를 들어가 보니 기생과 권주가를 주고받으며 노닥거리는 꼬락서니에 분해 죽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든 남편이 '백 년 인연'을 읊조립니다.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 내용도 있습니다. '울도 담도 없는 집'에 갑자기 '사랑채'가 나오는 것도 그 하나입니다. 아마 부잣집 망나니 아들에게 시집온 가..
[답사] 장성 요월정 원림 요월정 송강정 오르는 길과 흡사했다. 길 옆으로 육송과 배롱이 자유롭게 펼쳐진 위에 요월정은 있었다. 요월(邀月)은 '달을 맞이한다'는 의미였다. 꽃이 피기에는 요월정 원림 배롱은 나이가 많았다. 오던 길가 가로수 배롱은 젊음을 꽃으로 자랑했다. 요월정 원림을 이루는 배롱은 아직 봉우리도 갖추지 못했다. 정자 이름에 값하는 위치에 오르니, 배롱나무 하나가 꽃으로 자신을 뻐개고 있었다. '2주 후에 옵시다.' 정선생은 제안했다. 나도 응했다. 8월 중순에 다시 오기로. 정선생이 이번에 '요월정'을 찾은 것은 요월정원림의 수려한 배롱꽃을 앵글에 담기 위해서였다. 요월정 원림 해설은 이랬다. 요월정원림은 조선 명종(재위 1545∼1567) 때 공조좌랑을 지낸 김경우가 관직에서 물러나 은거하기 위해 지었다는 요..
[답사] 논산 돈암서원을 다녀오다 오늘 답사는 수월한 답사길입니다. 홍천이나 가천에 비하면. 북광주 IC를 지나 호남선으로 출발하는 길에 정선생의 답사 브리핑을 듣습니다. 사계 김장생과 그 아들 김집으로 이어지는 광산김문의 가계 설명부터 윤황 윤증 가문의 내력까지. 노론과 소론의 관계까지 접어들면 내 머리는 아수라가 됩니다. 그 부분을 이해할 만한 배경 지식이 없거든요.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전라북도로 진입해서 '이서 휴게소'에 작전을 짭니다. 어디부터 갈 것인가를 챗봇에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이 나옵니다. 정선생 결정대로 '돈암서원'을 목표지로 정하고 출발합니다. 여산 휴게소를 지나 논산으로 접어 연산면 임3길 26-14의 '돈암서원'에 도착했습니다. 공사가 한창인 곳이 서원인 줄 알고, 서툰 발걸음을 옮긴 정선생이 돌아옵니다. 유네스코 ..
강진 사의재(四宜齋) 다산정약용(1762-1836)은 강진에서 내리 18년(1801 ~1818)을 살았습니다. 이곳 사의재(四宜)는 다산이 처음 도착해서부터 만 4년간 기거하던 역사공간입니다. 사의재는 고독한 선각자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시작했던 슬픈 곳이지만, 동시에 다산 실학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강진군은 동문 안쪽 우물가 주막 집터를 원형 그대로 2007년 초여름 복원했습니다.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존경하는 선배님이 답사 중에 '일상탈출' 단톡방에 사진과 소식을 올렸습니다. '사의재'를 갔노라고. 당연 '의'는 '義'자인 줄 알고 대거리(아는 척)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니라고 하는군요. 확인했더니 '四宜齋'였습니다. 한자 필기 인식한자를 알아보는 이플 '한자 필기 인식 사전'은 이럴 때 유용합니다.'의'는 '宜(마땅 의)..
[답사] 충북 청주, 음성, 괴산을 찾다 정선생의 과제장정선생은 다음 장소를 찍고 있었다. 3주 전 홍천에 비하면 수월한 코스다. 그래서인지 출발부터 늦었다. 8시 약속은 20분이나 지연되어 출발했다. '많이 숙달 됐네' '첨부터 착 달라붙었는데, 무슨?' 운전 솜씨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북광주를 벗어났다. 저녁잠이 충분했기에 운전도 가벼웠다. 정선생 과제는 정돈이 덜 된 느낌이다. 어디부터 가야 할지... 신탄진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인공지능에 부탁했다. 정선생이 기록한 다음 장소를 먼저 알린 뒤에 답사 순서를 정해달라 했다.ChatGPT는 노련한 말솜씨로 다음과 같이 서두를 꺼내면서 1~4까지 번호를 붙여 열거를 한다. 위에서 주어진 위치들은 모두 충청북도 내에 있는 장소들입니다. 한국의 도로 조건, 혼잡도, 그리고 현재 위치인 신탄진..
행복이란? 어떤 사람들은 행복이란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곤 합니다. 하지만 행복은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때로는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커피와 비스킷을 즐기는 순간, 이 순간이 바로 그런 행복의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각자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저에게는 커피와 비스킷이 그런 행복의 표현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행복이 드러날까요? 오늘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보세요. 그것이 바로 행복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음악] Arvo Pärt의 Fratres 2023년 6월 7일 베토벤음악감상회 작품 감상: 음악가 Arvo PärtArvo Pärt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현대 클래식 음악 작곡가입니다. 그는 1935년에 태어나서 그의 삶 대부분을 음악에 투자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독특한 특징과 복잡한 멜로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Pärt는 초기에는 12음 음악 및 시리얼리즘에 근거한 작품을 작곡하였지만, 그 후에는 더 간단하고 최소한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틴틴나불리'라는 스타일을 개발하게 됩니다. '틴틴나불리'는 고요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부여하며, 그의 작품 '퓌르 알리나 (Für Alina)'와 '스피겔 임 스피겔 (Spiegel im Spiegel)'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의 음악은 종교적 요소와 깊은 연결이 있는데, 특히 그의 체임벌로 작곡된 'Stab..
[답사] 홍천 화동리 장승과 솟대 화동리에서 삼현리 경험이 먹혔다.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마을 입구의 '장승공원'이라는 팻말이 우리가 찾는 장승 컨셉과 맞지 않았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돈 들여 망치는 일'이라는 판단이 앞섰다.나중에 확인됐는데, '돈 들여 망친 수준'은 아니었다. 때깔을 너무 바꿔 진짜와 가짜 구분을 어렵게 했다.정선생은 코를 킁킁거렸다. 예의 냄새 찾는 모드로 변한 것이다. 도로를 따라 속도를 늦춰 진행했다. 군부대와 맞닥뜨릴 때까지. 강원도 답게 동네 막바지 모퉁이에는 군부대가 있었다. 주민과의 대화이곳도 역시 주민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경로당에도 사람이 없다. 허탈해하는 친구를 차에 두고 주변을 싸댔다. 마침 외출 갔다 돌아오는 부인을 만났다. 대뜸 물었다. '본래 장승은 어디?'냐고. 부인은 갸웃하더니..
[답사] 홍천 삼현리 나무 장승 6월 3일 강원도 홍천에 다녀와서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10시경이었다. 기록의 의미가 있어 간단한 답사 보고서는 작성했었다. 친구와 같이 장장 15시간에 걸친 답사였다. 고속도로를 달렸던 시간이 무려 12시간. 막상 홍천에 도착해서 답사지에 머무른 시간은 두 시간이 안된다. 홍천 삼현리 나무 장승도착한 삼현리에서 장승이나 솟대를 찾기는 어려웠다. 시골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도로공사가 있는지 대형 덤프트럭은 오가지만 사람은 없다. 결국 오랜 답사 경륜으로 찾을 수밖에. 친구는 있을 법한 지역을 헤맨다. 있을 법한 장소에 흐드러지게 핀 작약이 반기기는 하지만, 장승 모습은 없다.포기하려는 찰나, 어떤 농가(농가라고 하기에는 귀티가 나는 집)에서 기계톱을 손질하는 주민이 보인다. 물어볼 양..